야구 매력에 빠져... 방망이 드는 여자들

"주말이 되면 촬영장 대신 야구장에 가요" - 투구 동작은 프로 선수 뺨친다. 배우 박지아씨가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는 모습.

영화 '베테랑'에 출연했던 배우 박지아(25)씨는 주말마다 긴 생머리를 질끈 묶고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야구장으로 향한다.

어렸을 적부터 야구를 즐겨 봤다는 박씨는 

3년 전부터 직접 글러브를 끼고, 방망이를 들었다.

여성 투수로는 수준급인 시속 90km짜리 직구를 뿌릴 때마다 

타자들의 방망이는 헛돌아간다.

박씨는 "삼진을 잡다 보면 연기 연습과 촬영으로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는 느낌" 이라고 했다.

프로야구 800만 관중(2017시즌 840만명) 시대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보는 야구' 못지않게' 하는 야구' 가 인기를 끈다.

최근 10년 사이 한국여자야구연맹 등록 선수는 

295(19팀)에서 920명(47팀)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28일 개막해 오늘 19일 막을 내리는 

'제5회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LG전자,한국여자야구연맹 공동 주최)'에는 역대 야구 리그 최대 인원인 900여명(42팀)이 출전했다.

박씨처럼 이색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야구 입문도 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외야수로 출전한 차성미씨는 국내 여자 축구 1세대 선수였다.

1992년부터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뛰며 

'한국의 미아 햄'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야구는 취미 삼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차씨는 "야구는 축구보다 기다림이 많이 필요한 스포츠다. 

타석에서 투수를 상대하면서 조급했던 성격이 차분해졌다."고 했다.

차씨는 야구를 하는 동안 투수가 던진 공에 맞아 

갈비뼈 골절, 허벅지 근육 파열 등을 당하며

축구 선수 시절보다 더 많이 다쳤다고 한다.

여자 야구에선 투수들의 제구 불안 탓에 

타자들의 몸으로 향하는 공이 많이 나온다.

그는 "부상 위험이 있지만, 공을 제대로 때렸을 때나 뜬 공을 정확하게 잡아낼 때의 쾌감을 잊지 못해 계속 야구장을 찾는다"고 했다.

남성 사회인 팀에서 야구를 하다 직접 여자팀을 창단한 사람도 있다.

전북 군산에서 김치 유통 업체를 운영하는 이연희(29)씨는 

2014년 군산 드림걸즈라는 여자 야구팀을 만들었다.

이씨는 "운동장을 빌리고 장비를 마련할 돈을 모으려고 

지역 축제 때 주막을 열고, 군산 지역 사업체의 후원을 받았다"며 

"회원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걸었더니 

30명이 넘게 지원을 해 나도 놀랐다."고 했다.

이씨는 같이 야구를 하며 만난 남자 친구와 내년 1월 결혼할 예정이다.

LG배 여자 야구는 19일 3~4위전과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상위 리그인 챔프리그 결승에 오른 팀은 서울 CMS와 후라다.

서울 CMS는 4회 대회에 이어 2연속 우승을 노린다. 지난 대회 퓨처리그(하위리그) 1위를 했던 후라는 챔프리그로 승격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며 정상에 도전한다.